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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LAB Insight · 국내 뷰티

뷰티 디바이스 다음은 의료기기, 규제 문턱이 다릅니다

국내 뷰티 기업들이 홈케어 기기를 넘어 병·의원용 의료기기 쪽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에이피알은 의료용구와 의료기기 소모품 관련 사업 목적을 정관에 두고 있고, 삼정KPMG는 의료기기·제약 기업의 B2C 진출을 뷰티 디바이스 시장의 핵심 변화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브랜드 입장에서 이 소식이 중요한 것은 '기기를 하나 더 만든다'는 점 때문이 아니라, 화장품과 의료기기가 서로 다른 허가 체계 위에 놓여 있어서 기획 단계의 판단 순서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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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신호인가요?

에이피알의 현재 정관에는 의료기기 소모품과 의료용구의 개발·제조·판매업, 의료기기 수리업 등이 사업 목적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보도에서 준비 중인 축으로 언급된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폴리뉴클레오타이드(PN)를 활용한 스킨부스터이고, 다른 하나는 고주파(RF)나 초음파 같은 에너지를 피부에 전달하는 병·의원용 미용 의료기기(EBD)입니다. 이르면 연내 국내 출시를 목표로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내용도 함께 보도됐습니다.

배경으로는 매출 구성의 변화가 언급됩니다. 화장품 사업이 더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체 매출에서 뷰티 디바이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4년 43%에서 2026년 상반기 18%까지 낮아졌다는 것입니다. 홈뷰티 기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힙니다.

한 기업의 결정만은 아닙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스킨 론제비티 시대, 진화하는 뷰티 디바이스 시장' 보고서에서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여섯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소형 기기 기반의 홈케어 확장, 얼굴에서 두피·바디로 관리 영역이 넓어지는 스키니피케이션, 화장품·소모품을 결합한 BaaS(Beauty-as-a-Service), AI 기반 초개인화, 의료기기·제약 기업의 B2C 진출, 그리고 K-뷰티 디바이스의 글로벌 확장입니다. 같은 보고서는 글로벌 뷰티 디바이스 시장이 2017년 77억 8,700만 달러에서 2023년 147억 2,400만 달러로 커졌다고 집계했습니다.

다만 이 신호를 읽을 때 두 가지는 구분해야 합니다. 첫째, 관련 사업 목적이 정관에 있다는 사실은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근거이지 개별 제품이 허가됐다는 뜻이 아닙니다. 인허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와 출시 시점은 별개입니다. 둘째, 시장 규모 숫자는 기관마다 범위와 정의가 크게 다릅니다. 삼정KPMG는 국내 시장이 2030년 4억 8,84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지만, 다른 리서치 업체는 한국 뷰티 디바이스 시장을 2025년 기준 약 15억 달러로 집계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쪽이 맞다기보다 무엇을 기기로 세었는지가 다른 것이므로, 절대 규모보다 방향을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1. 같은 '피부 기기'라도 규제 칸이 다릅니다

홈케어용 미용기기와 병·의원용 의료기기는 소비자 눈에는 비슷해 보여도 제도상 다른 칸에 들어갑니다. 국내에서 의료기기는 등급에 따라 허가·인증·신고로 절차가 갈리고, 3·4등급 제품, 그리고 기존 제품과 본질적으로 동등하지 않은 1·2등급 제품은 허가 대상이 됩니다. 화장품과는 심사 주체도, 제출 자료도, 광고에서 할 수 있는 말도 다릅니다.

기획 실무에서 이 차이가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은 표현입니다. 화장품에서 쓸 수 없는 문장이 의료기기에서는 허가받은 사용 목적 범위 안에서 가능할 수 있고, 반대로 의료기기 허가를 받지 않은 제품이 그 표현을 쓰면 문제가 됩니다. 기기와 화장품을 한 브랜드 안에서 같이 팔 계획이라면, 두 제품군의 문구를 처음부터 분리해 관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판단 순서를 뒤집는 편이 낫습니다. '이 제품을 어떻게 소개할까'가 아니라 '이 제품이 어떤 규제 범주에 들어가는가'를 먼저 확정하고, 그다음에 소개 문구를 씁니다. 이 순서를 지키지 않으면 이미 찍은 패키지와 상세페이지를 다시 만드는 일이 생깁니다.

2. 기기가 늘어나면 화장품의 역할도 바뀝니다

삼정KPMG가 꼽은 BaaS는 기기 판매로 끝내지 않고 화장품·소모품을 함께 묶는 구조를 말합니다. 기기 하나를 산 소비자가 전용 젤이나 카트리지, 앰플을 반복 구매하는 흐름입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매출이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발생합니다.

이 구조에서 화장품은 '같이 파는 물건'이 아니라 기기의 작동을 전제로 설계되는 부품에 가까워집니다. 전도성, 점도, 미끄러짐, 잔여물, 기기 표면과의 적합성처럼 단독 사용에서는 덜 중요했던 항목이 기준으로 올라옵니다. 향과 사용감만 잡아서는 기기와 맞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따라서 기기와 화장품을 함께 기획한다면, 처방 논의를 기기 사양 확정 이후가 아니라 같은 시점에 시작하는 편이 시행착오가 적습니다. 기기 구조가 먼저 굳어버리면 처방이 맞출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듭니다.

  • 이 제품은 기기와 함께 쓰는 것을 전제로 하는가, 단독으로도 성립하는가
  • 기기 접촉면과 처방의 적합성을 누가 어느 단계에서 검증하는가
  • 소모품 재구매 주기를 제품 용량으로 설계했는가
  • 기기와 화장품의 광고 문구를 분리해 관리하고 있는가

3. '스키니피케이션'은 라인 확장이 아니라 처방 재설계입니다

관리 영역이 얼굴에서 두피와 바디로 넓어지는 흐름은 기기에서도, 화장품에서도 같이 나타납니다. 다만 부위가 바뀌면 같은 콘셉트라도 처방을 그대로 쓸 수 없습니다. 두피는 모발과 세정 과정을 함께 고려해야 하고, 바디는 도포 면적과 1회 사용량이 얼굴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큽니다.

사용량이 커진다는 것은 원가 구조가 달라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얼굴용에서 쓰던 고가 원료 비율을 바디에 그대로 옮기면 가격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원료를 덜어내면 소비자가 느끼는 차이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부위 확장은 '같은 제품의 큰 용량'이 아니라 별도 기획으로 다루는 편이 낫습니다. 어떤 성분을 어느 정도로 유지할지, 어느 항목을 부위에 맞게 다시 짤지를 제조 파트너와 초기에 합의해 두면 라인 전체의 가격대를 잡기 쉬워집니다.

4. 병·의원 채널은 소비자 채널과 판단 기준이 다릅니다

병·의원용 기기와 시술용 제품은 구매 결정자가 소비자가 아니라 시술자입니다. 반복 사용에 견디는지, 시술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소모품 단가가 얼마인지가 앞자리로 옵니다. 소비자 채널에서 통하던 패키지 디자인이나 브랜드 서사는 상대적으로 뒤로 밀립니다.

채널이 다르면 근거의 성격도 달라집니다. 소비자 채널에서는 사용 후 만족도나 체감 변화가 설득에 쓰이지만, 병·의원 채널에서는 허가받은 사용 목적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대화의 출발점이 됩니다. 준비해야 할 문서의 종류가 다르다는 뜻입니다.

홈케어 브랜드가 이 채널로 넘어갈 때 생기는 어려움은 대개 기술이 아니라 이 차이에서 옵니다. 지금 가진 자료가 어느 채널의 언어로 쓰여 있는지부터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5. 작은 브랜드는 '기기 옆자리'부터 볼 수 있습니다

의료기기 사업은 자본과 시간이 모두 드는 영역이라 모든 브랜드가 곧바로 따라갈 수 있는 길은 아닙니다. 다만 기기 시장이 커지면 그 옆에서 필요해지는 화장품의 수요도 같이 생깁니다. 기기 사용 전후에 쓰는 제품, 기기와 함께 쓰는 전용 제형, 시술 후 사용을 염두에 둔 저자극 처방 같은 자리입니다.

이 자리를 노린다면 차별점은 성분 목록이 아니라 '조건'에 있습니다. 어떤 기기, 어떤 사용 상황을 전제로 만들었는지가 분명해야 선택받습니다. 범용 제품에 '디바이스와 함께 사용하세요'를 덧붙이는 것과는 다른 작업입니다.

한편 시술이나 치료 효과를 연상시키는 표현은 화장품 범위를 넘어서기 쉽습니다. 기기 옆자리를 노리면서도 표현은 화장품 기준 안에 머물러야 하고, 이 경계는 기획서 단계에서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제품 기획서에 먼저 적을 질문

기획서 첫 줄에 이렇게 적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제품은 화장품인가 의료기기인가, 그리고 그 답이 우리의 광고 문구와 제출 자료를 어떻게 바꾸는가. 뷰티 디바이스 시장이 의료기기 쪽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소식에서 브랜드가 가져갈 것은 '우리도 기기를 만들자'가 아니라, 제품이 어느 규제 칸에 들어가는지를 먼저 확정하는 습관입니다. 칸이 정해지면 그다음 결정은 훨씬 빠르게 내릴 수 있습니다.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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