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LAB Insight · 미국 뷰티

FDA 기준, 원료 성적서 보관은 시험이 아닙니다

미국 FDA가 6월 2일 레블론 옥스퍼드 공장에 보낸 경고서한의 핵심은 오염이 발견됐다는 발표가 아니었습니다. 원료 시험을 공급업체가 했고 회사가 그 결과의 신뢰성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지적이었습니다. 9월 28일에는 미 하원의원 9명이 이 건을 들어 회사에 공개 질의를 보냈습니다. 미국에 제품을 보내는 브랜드라면 '성적서를 받아 두었다'가 시험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는 상황을 전제로 원료 규격서를 다시 읽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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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신호인가요?

FDA는 2026년 6월 2일 레블론 그룹 홀딩스(Revlon Group Holdings, LLC)의 노스캐롤라이나주 옥스퍼드 공장(1501 Williamsboro St. Oxford, NC)에 경고서한(참조번호 722596)을 보냈습니다. FDA가 2025년 9월 8일 자료 제출을 요구해 받은 기록을 검토한 결과로, 완제 의약품 CGMP 규정 위반이 중대하다고 적었습니다.

지적 내용은 구체적입니다. 회사가 각 구성 원료의 시료를 확인(identity)과 순도·함량·품질 규격 적합성에 대해 시험하지 않았고, 특히 제조에 쓰인 입고 탤크를 적절히 시험했음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탤크의 확인 시험은 미국약전(USP) 방법을 따랐지만 현행 방법에 맞지 않았고 identification B와 C가 빠져 불완전했습니다. 석면 시험은 공급업체가 했고 회사가 자체 시설에서 석면 시험을 수행한다는 증거는 제출되지 않았습니다. 품질관리 부서가 원료의 적합성을 보증할 책임을 실질적으로 행사하지 않았고, 탤크의 시험 절차와 규격이 과학적으로 타당하고 적절하다는 점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함께 들어갔습니다.

보도된 내용을 더하면 그림이 선명해집니다. 공급업체 시험성적서(CoA)에 의존하는 것은 제조사가 그 결과의 신뢰성을 검증할 때에만 허용된다는 점, 레블론의 품질 부서가 승인한 탤크 규격에 정량 한도와 효모·곰팡이 미생물 규격이 빠져 있었다는 점, 공급업체 성적서의 미생물 항목이 수치 없이 '적합'으로만 적혀 있었다는 점이 함께 보도됐습니다. FDA는 15 영업일 안에 시정 계획을 서면으로 제출하고, 30일 안에 보관 중인 탤크 시료의 시험 결과(보관 시료가 없으면 완제품 시험 결과)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9월 28일에는 이베트 클라크(Yvette D. Clarke) 하원의원이 주도해 미 연방 하원의원 9명이 레블론 그룹 홀딩스 CEO 미셸 펠루소에게 공개 서한을 보냈습니다. 서한은 오염된 뷰티 제품의 발암물질에 흑인 여성과 소녀가 불균형하게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담았습니다. 즉 이 건은 FDA의 행정 절차에서 끝나지 않고 의회의 공개 질의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서 선을 그어야 합니다. 이 사건의 법적 근거는 화장품 GMP가 아니라 완제 의약품 CGMP였습니다. 미국에서는 같은 제품이 화장품이면서 의약품일 수 있고, FDA는 그 구분을 따로 안내합니다. 화장품 GMP 쪽은 MoCRA가 FDA에 규정 마련을 요구하며 제안 규칙 2024년 12월 29일, 최종 규칙 2025년 12월 29일을 법정 기한으로 두었고 FDA에는 화장품 GMP 초안 가이던스가 공개돼 있습니다. 또한 경고서한은 한 공장 한 회사에 대한 조치이지 업계 평균이나 발생 빈도를 보여주는 통계가 아니며, 공개본에서 FDA는 문제가 된 제품명과 의심 물질명을 가렸습니다. 읽어야 할 것은 수치가 아니라 판단 기준입니다. 규제기관이 '시험했다'고 인정하는 범위가 성적서 보관보다 좁다는 것입니다.

1. 성적서를 받는 것과 시험을 하는 것은 다릅니다

원료를 받을 때 공급업체 성적서가 함께 오는 것은 익숙한 절차입니다. 문제는 그 서류가 '우리가 확인했다'의 증거로 쓰이는 순간입니다. FDA가 레블론 건에서 적은 구조는 단순합니다. 석면 시험을 공급업체가 했고, 회사는 그 결과를 자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성적서에 의존하는 방식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닙니다. 보도에 따르면 그 의존은 제조사가 성적서 결과의 신뢰성을 검증할 때에만 허용됩니다. 즉 필요한 것은 서류 한 장이 아니라 '이 공급업체의 숫자를 왜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한 근거입니다. 그 근거가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으면 서류는 쌓여 있어도 검증은 비어 있습니다.

브랜드 입장에서 이 구분은 계약 문서의 문장 하나로 이어집니다. 우리 제품의 원료 시험을 누가 수행하는지, 공급업체 성적서를 쓰는 경우 그 신뢰성을 누가 어떤 방법으로 확인하는지, 그 기록이 누구에게 보관되는지를 적어 두는 일입니다. 셋 중 하나라도 비어 있으면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자리가 분쟁이 됩니다.

  • 우리 제품의 원료 중 자체 시험 항목과 성적서 활용 항목이 구분되어 있는지
  • 성적서를 쓰는 항목에서 그 신뢰성을 확인하는 방법이 문서에 적혀 있는지
  • 원료 시험 기록을 요청하면 며칠 안에 받을 수 있는지
  • 원료 공급업체가 바뀌었을 때 누가 우리에게 알리는지

2. '적합'만 적힌 규격서는 규격이 없는 것에 가깝습니다

레블론 건에서 함께 보도된 또 하나는 규격서의 내용이었습니다. 품질 부서가 승인한 탤크 규격에 정량 한도와 효모·곰팡이에 대한 미생물 규격이 빠져 있었고, 공급업체 성적서의 미생물 항목은 수치 없이 '적합'으로만 적혀 있었다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흔한 모습입니다. 규격서에 항목 이름은 있는데 판정 기준이 숫자로 적혀 있지 않은 경우입니다. 기준이 없으면 어떤 결과가 와도 적합이 되고, 적합의 뜻이 공급업체마다 달라집니다. 나중에 수출 서류를 준비하거나 거래처 감사를 받을 때 이 공백이 먼저 걸립니다.

그래서 기획 단계에서 확인할 것은 '규격서가 있느냐'가 아니라 '한도가 숫자로 적혀 있느냐'입니다. 미생물 한도, 불순물 한도, 확인 시험의 방법과 판정 기준이 숫자와 방법명으로 적혀 있어야 그 문서가 기준으로 작동합니다. 어느 약전이나 공인 방법을 따르는지도 함께 적어 두어야 하고, 그 방법의 현행 판을 쓰고 있는지도 봐야 합니다. 레블론 건의 확인 시험 지적이 바로 '약전 방법을 따랐지만 현행 방법이 아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3. 위험이 원료에서 오는 품목을 먼저 분류합니다

모든 원료에 같은 수준의 검증을 붙일 수는 없습니다. 비용과 일정이 늘어나고, 정작 중요한 항목이 묻힙니다. 그래서 먼저 할 일은 분류입니다. 오염 위험이 원료 자체의 산지와 정제 공정에서 오는 품목과, 그렇지 않은 품목을 나누는 것입니다.

레블론 건에서 문제가 된 탤크가 전형적인 예입니다. 광물 원료는 채굴지에 따라 동반 광물이 섞일 수 있고, 그래서 FDA도 화장품 성분 중 탤크를 별도 주제로 다루며 탤크 함유 제품의 석면 시험 결과를 보고서로 공개해 왔습니다. 광물 색소, 점토, 식물 추출물처럼 자연 유래 원료는 품질이 배치마다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봐야 합니다.

분류가 끝나면 처방 선택이 달라집니다. 같은 발색과 질감을 얻는 경로가 둘 이상 있을 때, 한쪽이 검증 부담이 큰 원료를 쓴다면 그 부담을 제품 콘셉트가 감당할 만한지 따져 보게 됩니다. 이 판단은 처방 확정 전에 해야 비용이 적습니다. 출시 직전에 원료를 바꾸면 안정성 시험을 다시 쌓아야 합니다.

  • 처방에 광물·점토·식물 유래 원료가 몇 개 들어가는지
  • 그 원료에 대해 산지와 정제 공정 정보를 받을 수 있는지
  • 배치마다 달라질 수 있는 항목을 규격서가 관리하고 있는지
  • 같은 효과를 내는 대체 원료 후보가 처방 검토 단계에 올라 있는지

4. 미국에서는 같은 제품이 의약품일 수 있습니다

이번 조치가 완제 의약품 CGMP를 근거로 나왔다는 점은 그냥 넘길 대목이 아닙니다. 국내에서 화장품으로 분류되는 제품이 미국에서는 OTC 의약품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고, 그렇게 분류되면 요구되는 제조·시험 관리의 수준이 달라집니다. FDA는 제품이 화장품인지 의약품인지, 또는 둘 다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별도로 안내합니다.

실무에서 이 구분은 제품의 효능 문구와 기능성 성분에서 갈립니다. 선케어, 비듬, 땀 억제처럼 미국에서 의약품 범주로 다뤄지는 영역을 콘셉트에 넣는 순간, 같은 라인업 안에서도 제품마다 지켜야 할 기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느 범주로 갈 제품인지 기획서에 적어 두지 않으면, 나중에 문구를 줄이거나 처방을 바꾸는 쪽으로 되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화장품 쪽 GMP 규정이 아직 어느 단계에 있느냐와 무관하게, 지금 제품을 만드는 조건은 바뀌지 않습니다. MoCRA는 FDA에 화장품 GMP 규정을 마련하도록 요구했고 법정 기한을 제안 규칙 2024년 12월 29일, 최종 규칙 2025년 12월 29일로 두었으며, FDA에는 화장품 GMP 초안 가이던스가 공개돼 있습니다. 규정의 세부가 어떻게 정리되든 원료 시험 기록과 규격서의 공백은 그 전에도 설명할 수 없는 항목입니다.

5. 보관 시료가 없으면 답할 수 없습니다

경고서한에서 가장 실무적인 요구는 마지막에 있었습니다. FDA는 30일 안에 보관 중인 탤크 시료의 시험 결과를 제출하라고 했고, 보관 시료가 없으면 완제품 시험 결과로 대신하라고 했습니다. 이 문장은 보관 시료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원료 보관 시료가 남아 있으면 '그때 받은 그 원료'를 지금 시험해 답할 수 있습니다. 없으면 이미 만들어 유통한 완제품을 시험해야 하고, 그 시험 결과는 범위가 넓어지고 해석도 어려워집니다. 문제가 특정 배치에 국한된 것이라는 설명도 하기 어려워집니다.

브랜드가 지금 확인할 것은 단순합니다. 우리 제품의 원료와 완제품 보관 시료를 누가 얼마나 오래 보관하는지, 그 조건이 계약에 적혀 있는지입니다. 보관 기간과 보관 수량은 제품과 거래 조건에 따라 달라지므로 일반적인 숫자를 가정하지 말고 제조사에 현재 기준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1차 생산 때 정하지 않으면 재발주가 쌓일수록 추적이 어려워집니다.

  • 원료와 완제품 보관 시료의 보관 주체와 기간이 계약에 있는지
  • 배치 번호로 원료 공급업체와 시험 기록까지 거슬러 갈 수 있는지
  • 수출 서류나 거래처 감사 요청이 왔을 때 제출 경로가 정해져 있는지
  • 제조소나 원료 공급업체가 바뀔 때 기록 이관 방법이 정해져 있는지

제품 기획서에 먼저 적을 질문

'미국에 보낼 제품이니 서류를 잘 챙기자'로 적지 마시고, 한 문장으로 적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제품의 원료 중 우리가 직접 시험하는 항목은 무엇이고, 공급업체 성적서를 쓰는 항목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품목별로 답할 수 없다면, 지금 우리 품질 기록은 서류의 양으로만 존재합니다.

한 가지를 덧붙입니다. 레블론 건은 대기업의 자체 공장에서 나왔습니다. 설비와 인력의 규모가 성적서 검증의 공백을 자동으로 막아 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제조 파트너를 고를 때 물어볼 것은 보유 설비 목록이 아니라, 입고 원료의 어떤 항목을 자체 시험하고 어떤 항목을 성적서로 받는지, 그 판단을 누가 승인하는지입니다.

그다음 한 줄을 더 적습니다. 3년 전 생산한 배치의 원료 석면 또는 미생물 시험 결과를 요청받으면, 며칠 안에 어떤 문서로 보낼 수 있습니까? 그 답이 비어 있다면, 지금 손볼 것은 제품 콘셉트가 아니라 원료 규격서와 시료 보관 조건입니다.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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