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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LAB Insight · 국내 뷰티

ODM 호황이 원료 업체 실적으로 확인됐습니다

K-뷰티 인디·스케일업 브랜드의 해외 진출이 늘면서 ODM 생산량이 커지고, 그 아래에 있는 원료·소재 업체의 실적으로 같은 흐름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2분기 국내 원료·소재 업체 3곳의 합산 매출은 6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9% 늘었습니다. 완제품 단계의 호황은 이미 여러 번 보도됐지만, 원료 단계의 숫자는 지금 어떤 카테고리에 주문이 몰려 있는지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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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신호인가요?

9월 28일,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등 국내 대표 화장품 ODM 업체의 주문과 생산이 늘면서 원료 업체도 함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K-뷰티 인디·스케일업 브랜드가 해외 판매를 확대하면서 ODM 생산량이 늘고, 제품에 투입되는 원료 수요도 같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숫자로는 이렇게 나타났습니다. 2분기 화장품 ODM 매출은 코스맥스가 7,949억원, 한국콜마 화장품 부문이 6,064억원이었습니다. 같은 2분기 국내 원료·소재 업체 3곳의 합산 매출은 6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9% 늘었습니다. 개별 기업으로는 대봉엘에스의 상반기 연결 매출이 627억원으로 전년 동기 524억원보다 19.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7억원, 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2% 늘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으로 보도됐습니다.

수요가 두드러진 제품군도 함께 언급됐습니다. 해외 시장에서 수요가 큰 것은 스킨케어와 선케어, 마스크팩류이고, 스킨케어 안에서는 에센스·세럼·앰플 같은 기초 제품에 대한 주문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지역별로는 대봉엘에스의 화장품 소재 수출이 북미 128%, 유럽 62%, 동남아 57% 증가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수혜 범위가 ODM에서 원료·소재와 화장품 용기 업체로 넓어질 것으로 보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다만 이 숫자들이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는지는 구분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여기 나온 것은 산업 통계가 아니라 몇 개 기업의 실적입니다. 원료·소재 업체 3곳의 합산 매출 661억원은 ODM 두 곳의 분기 매출과 자릿수가 다르고, 40.9%라는 증가율도 규모가 작을 때 크게 보이는 쪽입니다. 지역별 수출 증가율 역시 한 기업의 소재 수출이지 한국 화장품 전체의 지역별 실적이 아닙니다. 그리고 2분기와 상반기 실적은 지난 주문의 결과이므로, 지금 들어가는 주문이 같은 방향일지는 이 숫자로 알 수 없습니다. 이 보도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원료 단계에서도 같은 방향이 확인됐다'까지이고, '앞으로도 이만큼 늘어난다'까지는 아닙니다.

1. 원료 단계의 숫자는 완제품과 다른 것을 보여 줍니다

브랜드사가 시장을 읽을 때 보는 숫자는 대개 완제품 쪽에 있습니다. 수출액, 브랜드 매출, 채널 순위입니다. 이 숫자들은 이미 팔린 것을 보여 주기 때문에 정확하지만, 우리가 지금 개발을 넣을 자리에 대해서는 말이 적습니다.

원료와 소재는 완제품보다 공정의 앞단에 투입됩니다. 그래서 원료 쪽 실적이 움직인다는 것은 그 원료가 들어갈 제품이 지금 라인에 올라가 있거나 올라갈 예정이라는 뜻에 가깝습니다. 완제품 판매 데이터가 '무엇이 팔렸는가'라면, 원료 수요는 '무엇이 만들어지고 있는가'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이 구분이 실무에서 닿는 지점은 경쟁 인식입니다. 우리가 지금 기획하고 있는 제품과 같은 카테고리에서 다른 브랜드들의 주문이 늘고 있다면, 그 제품은 출시 시점에 이미 비슷한 제품들과 함께 매대에 놓입니다. 완제품 순위만 보고 있으면 이 사실은 우리 제품이 나온 뒤에 알게 됩니다.

2. 주문이 몰린 카테고리는 기초·선케어·마스크팩이었습니다

보도에 나온 카테고리는 스킨케어와 선케어, 마스크팩류이고, 스킨케어 안에서는 에센스·세럼·앰플입니다. 목록을 보면 특별한 이름은 없습니다. K-뷰티가 오래 해 온 것들이고, 지금 해외에서 가장 잘 팔리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이 목록은 기회의 목록으로도 읽히고 혼잡의 목록으로도 읽힙니다. 수요가 확인된 카테고리라는 뜻이기도 하고, 우리와 같은 판단을 한 브랜드가 이미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느 쪽으로 읽을지는 우리 제품이 그 안에서 무엇으로 구분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구분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도 짚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카테고리, 비슷한 컨셉,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이 동시에 늘어나면 소비자가 비교하는 기준은 제품 안쪽보다 바깥쪽으로 옮겨갑니다. 용량 대비 가격, 용기, 상세페이지의 설명 순서 같은 것들입니다. 기획 단계에서 카테고리를 정한 뒤에 한 줄을 더 적어 두시길 권합니다. 같은 카테고리의 제품 다섯 개가 나란히 있을 때 우리 것을 집을 이유가 무엇인지입니다.

  • 우리 제품이 지금 주문이 몰리는 카테고리에 속하는지
  • 같은 카테고리에서 우리를 구분해 주는 것이 처방인지 가격인지 용기인지
  • 그 구분이 상세페이지 첫 화면에서 보이는지
  • 비교 대상이 늘어난다는 가정에서 가격을 정했는지

3. 수요가 커진 카테고리는 일정부터 확인합니다

주문이 몰리는 카테고리에서 개발을 진행할 때 먼저 확인할 것은 처방이 아니라 일정입니다. 같은 원료를 쓰는 제품이 동시에 늘어나면 원료 확보와 생산 순번에 관한 조건이 이전 프로젝트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추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실제 리드타임과 최소 발주 수량, 원료 수급 상황은 품목과 시점, 거래 조건에 따라 다르고, 밖에서 보도되는 실적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요즘 오래 걸릴 것 같다'로 일정을 짜는 대신, 제조사와 원료사에 직접 물어 숫자로 받아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질문의 형태를 정해 두면 답을 받기 쉽습니다. 시점을 특정하고, 수량을 특정하고, 대안을 함께 묻는 것입니다. '이 제형을 이 수량으로 이 시점에 받으려면 언제까지 확정해야 하는가', '이 원료가 지연될 경우 대체 가능한 선택이 있는가' 같은 방식입니다. 확정된 답이 없더라도, 어디가 불확실한지를 아는 것만으로 일정의 여유를 어디에 둘지 정할 수 있습니다.

  • 이 품목의 실제 리드타임을 제조사로부터 숫자로 받았는지
  • 핵심 원료에 대체 선택지가 있는지, 있다면 사양이 달라지는지
  • 초도 수량과 재주문 수량의 조건이 각각 무엇인지
  • 출시일이 늦어질 때 가장 먼저 밀리는 공정이 무엇인지

4. 증설은 지금의 주문이 아니라 다음 주문을 향한 것입니다

화장품 ODM 업체들의 잇따른 증설은 현재의 호실적을 넘어 향후 주문 증가에 대비해 생산능력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는 설명이 나왔습니다. 이 문장은 방향을 알려 주지만 시점을 알려 주지는 않습니다.

브랜드 입장에서 증설 소식이 곧 여유로운 생산 조건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설비가 늘어나는 시점과 우리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시점이 맞아야 도움이 되고, 새로 확보되는 능력이 우리 제형과 같은 종류인지도 별개의 문제입니다. 기초 라인이 늘어나는 것과 선케어 라인이 늘어나는 것은 우리에게 다른 소식입니다.

그래서 증설 뉴스는 협상 카드로 쓰기보다 질문의 재료로 쓰는 편이 낫습니다. 어떤 제형의 생산능력이 언제부터 늘어나는지, 우리 제품이 그 라인에 해당하는지를 물어보는 것입니다. 해당하지 않는다면 증설은 우리 일정에 아무것도 바꿔 주지 않습니다.

5. 다음 차례로 지목된 곳은 용기였습니다

증권가 전망에서는 수혜 범위가 ODM에서 원료·소재를 거쳐 화장품 용기 업체로 넓어질 것으로 봤습니다. 전망은 전망이지만, 브랜드가 실무에서 늦게 챙기는 항목을 정확히 가리키고 있다는 점에서 읽어 둘 만합니다.

개발 과정에서 용기는 대체로 뒤에 결정됩니다. 처방을 먼저 잡고, 컨셉을 정하고, 그다음에 용기를 고릅니다. 이 순서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용기가 병목이 되면 앞의 모든 결정이 기다리게 됩니다. 처방은 통과했는데 용기 때문에 출시가 밀리는 상황은 드물지 않습니다.

그러니 카테고리가 정해진 시점에 용기의 방향도 같이 좁혀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정확한 사양까지는 아니어도, 기존 금형을 쓸 것인지 새로 만들 것인지, 펌프인지 스포이드인지, 용량을 몇 가지로 갈 것인지는 초기에 정해도 되는 결정들입니다. 이 결정들이 늦어질수록 나중에 바꿀 때 드는 비용이 커집니다.

9월 15일 공포된 화장품산업육성법이 지원 대상을 원료·용기 제조까지 넓힌 것과도 방향이 겹칩니다. 산업의 관심이 완제품 바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가 규제와 시장 양쪽에서 나오고 있는 셈입니다.

  • 기존 금형과 신규 금형 가운데 어느 쪽으로 갈지
  • 토출 방식이 제형과 사용 상황에 맞는지
  • 용량 구성을 몇 가지로 가져갈지
  • 용기 결정이 처방 확정보다 얼마나 뒤에 있는지

제품 기획서에 먼저 적을 질문

'지금 K-뷰티가 잘되고 있으니 우리도 해외를 본다'로 시작하지 말고, '우리 제품이 지금 주문이 몰리는 카테고리 안에 있는가, 그 안에서 무엇으로 구분되는가'를 한 문장으로 적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 한 줄을 더 붙이시길 권합니다. 이 제품의 리드타임과 최소 수량을 오늘 제조사에 물으면, 며칠 안에 숫자로 받을 수 있겠습니까.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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