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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LAB Insight · 국내 뷰티

K-뷰티 투자금이 브랜드에서 제조로 내려왔습니다

맥쿼리PE가 9월 18일 어펄마캐피탈과 화장품 ODM 두 곳, 색조의 화성코스메틱과 기초의 나우코스를 함께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거래 규모는 3000억원 안팎으로 거론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힌 지 약 한 달 만에 본계약까지 갔습니다. 브랜드가 아니라 만드는 쪽에 이런 값이 붙었다는 사실은, 제품을 기획하는 사람에게 '어디서 만들 것인가'가 더 이상 뒤에 붙는 질문이 아니라는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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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신호인가요?

맥쿼리자산운용의 사모펀드 부문인 맥쿼리PE가 9월 18일 어펄마캐피탈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습니다. 매각 대상은 어펄마캐피탈이 특수목적법인 아스테리온홀딩스를 통해 들고 있던 화성코스메틱 지분 약 70%와 나우코스 지분 전량입니다. 맥쿼리PE는 여기에 더해 화성코스메틱의 류경훈 창업자 등이 보유한 잔여 지분 30%도 함께 인수합니다. 전체 거래 규모는 3000억원 안팎, 달러로는 약 2억 1660만 달러 수준으로 거론됩니다.

두 회사는 다루는 영역이 다릅니다. 화성코스메틱은 아이브로 같은 색조 화장품에 강점을 가진 ODM으로, 로레알과 에스티로더그룹 같은 글로벌 기업과 국내 인디 브랜드를 고객사로 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 1107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23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나우코스는 기초 화장품 중심의 ODM입니다. 두 곳을 한 번에 확보하면 색조부터 기초까지 이어지는 생산 포트폴리오가 만들어집니다.

경쟁도 있었습니다.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와 에코프로가 짠 컨소시엄, 그리고 유럽계 전략적투자자가 함께 뛰었고 맥쿼리PE가 최종 협상권을 가져갔습니다. 8월 중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약 한 달 만에 본계약이 나왔습니다. 매각 측 자문은 삼성증권과 로스차일드가 맡았습니다. 보도들은 이 거래를 두고 K-뷰티 투자의 무게중심이 브랜드를 벗어나 제조·유통 인프라 쪽으로 옮겨 가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다만 여기까지는 계약 체결 사실과 거래 조건이고, 성과가 아닙니다. 거래 금액은 '3000억원 안팎'으로 보도된 추정치이고 확정 공시된 숫자가 아닙니다. 새 주주 아래에서 두 회사의 생산 방침이나 고객 구성이 어떻게 달라질지도 아직 공개된 바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 신호는 'ODM의 미래가 이렇게 된다'는 답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이 K-뷰티에서 값을 매기는 대상이 바뀌었다는 사실로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1. 브랜드가 아니라 만드는 곳에 값이 매겨졌습니다

지난 몇 해 K-뷰티 투자 이야기의 주어는 대체로 브랜드였습니다. 어느 인디 브랜드가 얼마에 팔렸는지, 누가 지분을 얼마나 가져갔는지가 뉴스가 됐습니다. 이번 거래의 주어는 브랜드가 아니라 ODM 두 곳입니다. 매출 1107억원 규모의 제조사와 또 다른 제조사를 묶어 3000억원 안팎이 매겨졌습니다.

브랜드를 기획하는 입장에서 이 변화는 협상 구도를 건드립니다. 제조사가 자본의 관심을 받는 자산이 되면, 제조사도 어떤 고객과 일할지를 고르는 쪽에 가까워집니다. '만들어 줄 곳은 많다'는 전제로 짜던 일정과 조건이 예전만큼 편하게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점검할 것은 단가표가 아니라 관계의 형태입니다. 우리가 이 제조사에 어떤 고객인지, 물량과 일정과 정보 공유에서 예측 가능한 상대인지가 실제 협상력이 됩니다. 값을 깎는 힘보다 예측 가능성이 더 오래 갑니다.

  • 주력 제품의 제조처가 한 곳에 몰려 있지는 않은지
  • 연간 물량 계획을 제조사와 미리 공유하고 있는지
  • 가격 외에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 정리돼 있는지

2. 색조와 기초를 한 번에 묶은 이유

이번 거래의 구조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색조 ODM과 기초 ODM을 따로 사지 않고 함께 샀다는 점입니다. 화성코스메틱은 색조, 나우코스는 기초입니다. 둘을 합치면 한 지붕 아래에서 색조와 기초를 모두 대응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됩니다.

브랜드 쪽에서 보면 이것은 제조 환경의 기본값이 바뀔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브랜드가 기초는 A사, 색조는 B사처럼 카테고리별로 다른 제조사를 썼습니다. 한 그룹이 두 영역을 함께 갖추면, 한 곳에서 라인 전체를 받는 선택지가 실제로 생깁니다.

그 선택지가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한곳에 묶으면 커뮤니케이션과 일정 관리는 단순해지지만, 그 한곳에 문제가 생겼을 때 라인 전체가 함께 멈춥니다. 무엇을 묶고 무엇을 나눌지는 브랜드의 규모와 출시 주기에 따라 답이 다릅니다. 지금 시점에 그 답을 한 번 적어 두면, 제조 환경이 재편될 때 흔들리지 않습니다.

3. 오너가 바뀌는 제조사와 일할 때 확인할 것

사모펀드가 제조사의 주인이 되는 일은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이번 거래도 어펄마캐피탈이 갖고 있던 지분을 맥쿼리PE가 받아 가는 구조입니다. 한 펀드에서 다른 펀드로 손이 바뀌는 셈입니다.

브랜드가 실무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지분 구조 자체가 아니라, 우리 일에 닿는 부분이 그대로 유지되는가입니다. 담당 영업과 연구 인력이 그대로인지, 진행 중인 개발 건의 일정과 조건이 승계되는지, 우리가 넘긴 처방과 사양 자료가 어떻게 관리되는지가 실제 영향이 오는 지점입니다.

이런 것은 보도자료에 나오지 않습니다. 물어봐야 알 수 있고, 물어본 답을 문서로 남겨 두어야 나중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거래 소식을 듣고 불안해하는 것보다, 진행 중인 건의 담당자와 일정을 한 번 정리해 확인 메일을 보내 두는 편이 실질적입니다.

  • 진행 중인 개발 건의 담당자와 일정이 그대로인지 확인했는지
  • 우리가 제공한 처방·사양 자료의 보관과 반환 조건이 계약서에 있는지
  • 생산 중단이나 최소 물량 조건이 바뀔 경우의 통지 절차가 정해져 있는지

4. 글로벌 고객사 명단은 설비가 아니라 기록입니다

보도가 화성코스메틱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대목이 고객사 명단입니다. 로레알과 에스티로더그룹 같은 이름이 함께 붙습니다. 이 명단이 값을 올리는 이유는 설비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 수준의 요구를 통과해 온 기록이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대형 고객과 일하려면 품질 문서, 원료 이력, 감사 대응, 클레임 처리 같은 것이 일정한 형태로 유지돼야 합니다. 그 축적은 기계처럼 사 올 수 없고, 시간이 지나야 생깁니다. 자본이 값을 매긴 것은 그 시간입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같은 원리가 작동합니다. 해외 유통에 들어가려는 브랜드라면, 우리 제품의 서류가 어떤 형태로 남아 있는지가 나중에 값이 됩니다. 성분표와 시험 성적서, 안정성 자료가 필요할 때 바로 꺼낼 수 있게 정리돼 있는지는 제조사만의 일이 아닙니다.

5. 증설 경쟁과 인수 경쟁은 같은 곳을 가리킵니다

올해 국내 ODM 업계에서는 설비를 늘리는 움직임이 이어졌습니다. 이번에는 자본이 기존 제조사를 사는 쪽으로 움직였습니다. 짓는 것과 사는 것은 방법이 다르지만, 가리키는 방향은 같습니다. 한국에서 화장품을 만드는 능력 자체가 부족한 자원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부족한 자원 앞에서 브랜드가 할 수 있는 일은 줄을 먼저 서는 것입니다. 출시 시점이 정해져 있다면 생산 일정을 뒤에서부터 역산해 언제까지 처방이 확정돼야 하는지를 먼저 정해야 합니다. 기획이 늦어진 만큼 생산이 당겨지지는 않습니다.

동시에 물량 계획을 현실적으로 잡는 것도 같은 문제입니다. 최소 주문 수량과 실제 판매 예측이 크게 어긋나면, 재고로 남거나 재생산 시점을 놓칩니다. 제조 환경이 빡빡해질수록 이 어긋남의 비용이 커집니다.

  • 출시일에서 역산한 처방 확정 시점이 문서에 적혀 있는지
  • 최소 주문 수량과 6개월 판매 예측이 같은 표에서 비교되는지
  • 재생산이 필요할 때 걸리는 시간을 제조사와 확인해 두었는지

제품 기획서에 먼저 적을 질문

기획서 첫 줄에 이렇게 적어 보세요. '이 제품을 만드는 곳이 내년에도 같은 조건으로 우리와 일할 이유는 무엇인가.' 만드는 쪽에 값이 매겨지는 시장에서는, 좋은 제품을 설계하는 일만큼이나 만들어 줄 곳과 오래 갈 이유를 설계하는 일이 중요해집니다.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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