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결정됐나요?
FDA는 9월 10일 최종 행정명령 OTC000008-1을 발행해 PABA와 트롤아민 살리실레이트를 OTC 모노그래프 M020에서 제거했습니다. 이번 최종 명령은 2021년에 나온 제안명령에서 두 성분이 GRASE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판단을 확정한 것입니다. FDA는 이 성분들을 선스크린 유효성분으로 쓸 때의 위험이 이익보다 크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삭제 사유로 제시된 내용은 주로 안전성입니다. PABA에 대해서는 심한 사례를 포함해 알레르기 반응과 광알레르기 피부 반응이 나타나는 비율이 상당하다는 점, 그리고 설폰아미드계 항생제와 티아지드계 이뇨제, 일부 국소마취제, 흔히 쓰이는 염료처럼 구조가 비슷한 물질과 교차감작이 일어날 위험이 지적됐습니다.
발효일은 2027년 9월 11일입니다. 법정 절차를 통해 이의가 제기되지 않는 한 이 날짜에 효력이 생깁니다. 그 이후에는 두 성분을 선스크린 유효성분으로 쓰는 제품을 모노그래프 경로로 미국에서 판매할 수 없고, 계속 쓰려면 신약 신청(NDA)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바꿔 말하면 해당 성분을 유효성분으로 쓰는 제품은 그 전에 처방을 바꾸거나 시장에서 거두어야 합니다.
다만 당장 회수해야 할 제품이 쏟아지는 상황은 아닙니다. FDA는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선스크린 의약품 가운데 PABA나 트롤아민 살리실레이트를 함유한 제품을 알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두 성분은 이미 미국 선스크린 처방에서 흔히 쓰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결정은 특정 제품을 겨냥한 조치라기보다, 목록 자체를 정리하는 규제 현대화 작업의 한 단계로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1. 같은 해에 성분 하나는 들어오고 둘은 나갔습니다
2026년 6월 FDA는 최종 명령 OTC000039로 베모트리지놀을 OTC 선스크린 모노그래프의 새 유효성분으로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9월에는 같은 모노그래프에서 두 성분을 뺐습니다. 한 해 안에 추가와 삭제가 함께 일어난 셈입니다.
실무적으로 중요한 것은 방향이 아니라 성질입니다. 미국의 자외선 차단 유효성분 목록은 한번 올라가면 그대로 남는 고정된 표가 아니라, 근거에 따라 들어오고 나가는 살아 있는 목록이라는 점이 이번에 확인됐습니다. 추가만 있던 시기에는 '지금 적합하다'가 곧 '앞으로도 적합하다'였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면 규제 적합성을 기록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우리 처방이 미국 모노그래프에 맞는지를 문서에 적을 때, 판단한 날짜를 함께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날짜 없는 적합 판정은 시간이 지나면 확인할 수 없는 문장이 됩니다.
- 미국향 선케어 처방의 유효성분과 함량을 한 파일에 모아 두었는지
- 규제 적합 검토에 판단 시점을 함께 기록했는지
- 모노그래프 변경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담당과 주기를 정해 두었는지
2. 1년의 유예는 처방을 바꾸는 시간이 아닙니다
명령 발행일과 발효일 사이는 약 1년입니다. 이 기간을 처방 변경 기간으로 이해하면 일정이 어긋납니다. 자외선 차단 처방은 유효성분 하나를 바꾸면 차단 지수와 광안정성, 사용감, 안정성 시험이 모두 다시 붙는 구조여서, 1년은 넉넉한 시간이 아닙니다.
이번 건에 한해서는 대부분의 브랜드가 처방을 바꿀 일이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FDA 스스로 해당 성분을 쓰는 제품을 알지 못한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1년은 처방을 바꾸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 제품이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시간입니다.
확인 대상은 완제품 전성분표만이 아닙니다. 원료사에서 받은 복합 원료의 구성 정보까지 내려가야 합니다. 유효성분으로 넣은 적이 없더라도, 다른 목적의 원료 안에 해당 물질이 포함돼 있는지 여부는 별도로 확인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OEM·ODM으로 생산한다면 이 확인의 책임 소재를 계약이나 사양서 단계에서 정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처방을 보유한 쪽과 표시를 책임지는 쪽이 다를 때, 규제 변경 소식이 어느 쪽에서 멈추는지가 문제가 됩니다.
3. 삭제 사유가 알레르기라는 점을 봅니다
이번 결정에서 앞세워진 근거는 차단 성능이 아니라 피부 반응이었습니다. 알레르기와 광알레르기 반응, 그리고 다른 물질과의 교차감작 위험이 삭제의 이유로 제시됐습니다. 선스크린에서 안전성 판단의 무게가 어디에 실리는지를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
교차감작은 특히 설명이 까다로운 개념입니다. 한 물질에 감작된 사람이 구조가 비슷한 다른 물질에도 반응할 수 있다는 뜻이어서, 제품 안의 성분만 보고는 판단이 끝나지 않습니다. 이번 사례에서는 항생제와 이뇨제, 국소마취제, 염료처럼 화장품 밖의 물질들이 함께 언급됐습니다.
브랜드가 여기서 가져갈 실무 포인트는 표현입니다. '민감한 피부에도 순한'과 같은 문장을 쓰려면 그 근거가 무엇인지 미리 정리돼 있어야 합니다. 규제 판단이 피부 반응 쪽으로 기울수록, 근거 없는 순함 표현은 나중에 정리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 자극·민감 관련 표현마다 뒷받침하는 자료가 있는지
- 그 자료가 미국 표시 기준에서 쓸 수 있는 형태인지
- 국내에서 쓰던 표현을 번역만 해서 옮기고 있지는 않은지
4. 모노그래프 밖으로 나가면 문은 사실상 닫힙니다
발효일 이후 두 성분을 선스크린 유효성분으로 쓰려면 신약 신청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형식상으로는 길이 남아 있지만, 화장품으로 선케어를 기획하는 브랜드에게 이 경로는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닙니다. 요구되는 자료의 양과 기간이 다른 세계에 속합니다.
미국에서 선스크린이 의약품으로 관리된다는 사실이 이런 지점에서 체감됩니다. 국내에서 기능성화장품으로 다루는 제품이 미국에서는 OTC 의약품 규칙을 따르고, 유효성분은 모노그래프에 실려 있어야 쓸 수 있습니다. 목록에 없으면 처방에 넣을 수 없다는 원칙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래서 미국향 선케어의 처방 자유도는 국내 제품보다 좁습니다. 기획 초기에 쓸 수 있는 유효성분의 범위를 먼저 확정하고 그 안에서 질감과 마무리를 설계하는 순서가, 처방을 먼저 만들고 규제를 맞추는 순서보다 손실이 적습니다.
5. 국내 목록과 미국 목록은 서로 다른 표입니다
한국에서 쓸 수 있는 자외선 차단 성분과 미국 모노그래프에 올라 있는 성분은 같은 표가 아닙니다. 한쪽에서 오래 써 온 성분이 다른 쪽에서는 목록에 없을 수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처럼 한쪽에서 성분이 빠지는 일이 생기면 두 표의 차이는 더 벌어집니다.
수출을 염두에 둔 제품이라면 이 차이를 처방 확정 전에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국내용과 미국용을 같은 처방으로 가져가려다가, 나중에 한쪽에서 쓸 수 없는 성분이 발견되면 이미 만들어 둔 시험 자료와 부자재가 함께 묶여 움직이지 못하게 됩니다.
현실적인 대안은 처음부터 두 갈래를 전제로 설계하는 것입니다. 공통으로 쓸 수 있는 성분으로 기본 처방을 잡고, 시장별로 조정 폭을 남겨 두는 방식입니다. 이 결정은 처방을 시작하기 전에 해야 비용이 가장 적게 듭니다.
제품 기획서에 먼저 적을 질문
기획서 첫 줄에 이렇게 적어 보세요. '이 선케어의 유효성분은 오늘 기준으로 미국 모노그래프 목록 안에 있고, 그 사실을 언제 누가 확인했는가.' 목록이 늘기만 하던 시기가 끝났다면, 적합 판정에는 날짜가 붙어 있어야 합니다.
참고한 자료
- Questions and Answers: FDA's regulatory actions on over-the-counter sunscreen —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 FDA Issues Final Order Removing Two Sunscreen Ingredients from Monograph — Lachman Consultant Services
- There Goes the Sun(screen): FDA Removes PABA and Trolamine Salicylate From OTC Monograph — ArentFox Schiff
- FDA Finalizes Order Removing Two Filters From OTC Sunscreen Monograph — HBW Insight (Citeline)
- US FDA eliminates outdated UV filters as regulatory modernization continues — Personal Care Insights
- FDA Sunscreen Regulatory Update: PABA and Trolamine Salicylate Removed from OTC Monograph M020 — Provision FDA
- U.S. Sunscreen Monograph Updates — Bureau Veritas C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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